MZ세대라고 하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SNS에 능숙한 세대로 여겨진다. 하지만 10대 혹은 글로벌 Z세대의 디지털 문화는 이들과 또 다르다. 그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쓰지 않는다. 유튜브마저 '구세대'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그들이 열광하는 건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앱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BeReal이다.
이 앱은 하루 한 번, 랜덤한 시간에 알림이 오면 2분 안에 전·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소셜 플랫폼이다. 꾸미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을 공유한다는 철학이 10대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 20~30대가 올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와는 결이 다르다.
또한 Lemon8도 있다. 이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서 만든 콘텐츠 플랫폼으로, Z세대 여성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의 중간쯤 되는 UI에, 라이프스타일 리뷰와 짧은 꿀팁 콘텐츠가 가득하다. 특히 ‘뷰티’, ‘셀프 브랜딩’, ‘여행’ 같은 키워드가 많아 틱톡보다 더 정제된 느낌을 준다.
이처럼 10대와 해외 Z세대는 ‘일반적인 SNS’를 이미 벗어나고 있다. 이 흐름을 따라가 보려면 우리 역시 그들이 쓰는 앱을 직접 체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직접 써본 Z세대 인기 앱 3종 체험기
실제로 내가 체험해본 앱은 BeReal, Lemon8, 그리고 Wizz다. 세 앱 모두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해외 Z세대나 10대들 사이에서는 실사용률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다. 이 앱들을 1주일간 사용해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다.
BeReal – 꾸밈 없는 ‘지금’의 공유
첫날, 알림이 뜬 건 오후 3시 17분. 나는 회의 중이었고, 잠깐 멈춰 핸드폰을 들고 전후면 사진을 찍었다. 대충 찍은 사진인데도 앱에서는 ‘리얼함’을 칭찬받는 분위기다. 좋아요는 없고, 이모지 반응만 가능하다. 친구들의 피드도 대체로 노메이크업, 작업실, 수업 중인 모습 등 아주 현실적이다. SNS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MZ 세대에게도 이런 포맷은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Lemon8 – 콘텐츠 SNS의 부활
레몬에이드는 기본적으로 이미지 기반 콘텐츠 앱이다. 다만 유튜브처럼 알고리즘이 콘텐츠 중심으로 작동하고,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가 뜬다. UI는 아주 깔끔하고 피드도 정제돼 있다. 체험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Z세대가 글도 잘 쓴다’는 점이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장, 컬러풀한 편집이 인상적이었다. 피로감 없이 읽히는 뷰티 꿀팁이나 브이로그 형식의 글이 많다. 글과 영상의 중간 포맷이라는 느낌이다.
Wizz – 완전 낯선 사람과의 1:1 랜덤 연결
이 앱은 다소 낯설고 위험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익명 기반이며 나이, 성별, 지역을 설정하면 비슷한 조건의 사람들과 랜덤 매칭된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친구 사귀기’ 용도로 쓰이지만, 한국 사용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1:1 채팅이 기본이라 익명성과 쾌속성이 강하다.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일상적으로 쓰기엔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앱들은 모두 자기 표현의 방식이 다르다. MZ 세대가 ‘브랜드화된’ 나를 보여주려 한다면, Z세대는 더 짧고 더 가볍게, 그리고 더 진짜처럼 나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왜 이 앱들이 인기일까? 우리가 배워야 할 디지털 감각
그렇다면 왜 이런 앱들이 지금의 10대와 Z세대에게 통할까? 핵심은 ‘피로감 없는 연결’이다. 기존 SNS는 점점 홍보, 광고, 자랑 중심으로 변해왔고, 이로 인한 소셜 피로감이 누적되었다. 반면 새로운 앱들은 다르다. 꾸밈을 없애거나, 가볍게 사라지는 대화를 제공하거나, 진짜 현실을 포착하는 방향으로 간다.
또한 ‘낯선 연결’에 대한 개방성도 주요 요인이다. 우리 세대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카톡 ID를 주고받거나, 소개팅 앱을 썼지만, 이들은 그보다 더 빠르게, 더 가볍게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는 데 익숙하다. 물론 이 점은 프라이버시와 안전의 측면에서 우려가 될 수 있으므로 앱 이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중요한 건 이들이 크리에이터이자 소비자라는 점이다. 콘텐츠를 보는 동시에 직접 만들고 편집한다. 이중적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며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은 UI가 단순하고, 편집 도구가 직관적이며, 좋아요/댓글보다는 공유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는 건 단순한 트렌드 탐색이 아니라, 앞으로의 디지털 감각을 업데이트하는 작업이다. SNS, 마케팅, 콘텐츠 기획 등 모든 디지털 작업은 이제 Z세대 감각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들은 곧 시장의 중심이 될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세대마다 디지털 감각이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앱을 체험하며 느낀 건, 디지털 문화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 변화의 바깥에 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10대와 Z세대가 쓰는 앱은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과 감각의 세계다. 그들과 연결되려면, 앱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