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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떠난 속초 여행기: 바다와 나, 그리고 잠시의 쉼

by 미녕냥 2025. 5. 19.

나 혼자 떠난 속초 여행기: 바다와 나, 그리고 잠시의 쉼

나 혼자 떠난 속초 여행기: 바다와 나, 그리고 잠시의 쉼
나 혼자 떠난 속초 여행기: 바다와 나, 그리고 잠시의 쉼

 

 마음이 무거웠던 작년 이맘때쯤, 일도 사람도 모두 벅찼던 시기가 있었다. 누구의 위로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던 날들. 그때 문득 ‘혼자 어딘가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그렇게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숙소도 미리 예약하지 않았고, 계획도 없었다. 그저 바다를 보고 싶었고, 혼자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속초에서, 나는 나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1. 🌊 첫 번째 이야기:

속초 바다에서의 아침 속초에 도착한 건 이른 아침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속초 해수욕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깅하는 사람들,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말없이 앉아있는 사람들. 해가 천천히 수평선 위로 얼굴을 드러냈다. 햇살이 바다에 부딪히며 반짝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세상 모든 게 잠시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오래간만에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 아침의 속초 바다는, 어떤 말보다 강한 위로였다. 마치 “괜찮아, 조금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2. 🍜 두 번째 이야기:

혼자라 더 특별했던 식사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는 것. 속초는 음식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 여행하는 입장에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용기 내어 찾은 곳은 중앙시장 안에 있는 닭강정 집. 줄이 길었지만, 먹고 나니 왜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바삭한 튀김과 달달매콤한 양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순두부 백반집을 찾았다. 따뜻한 국물과 정갈한 반찬들. 혼자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천천히 씹어가며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고, 마치 마음까지 데워지는 듯했다. 혼자서 먹는 식사는 가끔 낯설고 어색하지만, 속초에선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느껴졌다. 모든 것이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3. 🏞️ 세 번째 이야기:

외옹치에서 나를 만나다 이튿날 오후, 해질 무렵 외옹치 해변 산책로에 올랐다. 바다 옆으로 이어지는 나무 데크길은 조용하고 고요했다. 한쪽에선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다른 쪽에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이 텅 비워졌다. 그동안 너무 많은 걸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래, 사람들, 후회, 불안... 이 모든 것들이 잠시나마 내려놓아지는 느낌이었다. 혼자 걷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했다. 길 끝에서 잠시 멈춰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잔잔한 파도와 붉게 물든 하늘. 그 순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외옹치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혼자라는 건, 비로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혼자 떠난 속초 여행은 조용했다.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대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그 넓은 품은 혼자라는 외로움마저 감싸주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혼자 여행하면 안 외로워?"라고. 이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이기에 더 자유롭고, 혼자이기에 더 나를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 어딘가에는 아직도 속초의 바람이 분다. 다음에 또 혼자 떠난다면, 아마 그곳도 바다가 있는 도시일 것이다.